삼국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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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1턴에서 멈춘 게임들 — 이제 참모가 곁에 있습니다

※ 이 글은 당시 기준(32개 지역, 화친 26개)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현재 게임은 36개 지역 중 29개를 차지하면 화친 승리합니다.

숫자부터 정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시작된 게임은 18판이고, 그중 14판이 1턴에서 끝났습니다. 가장 멀리 간 판이 5턴입니다. 게임이 어려워서가 아닙니다. 첫 화면에서 32개 지역과 12가지 명령, 10점의 행동력을 한꺼번에 던져놓고 도시를 누르고, 정보를 읽고, 턴을 넘기세요 — 딱 세 줄짜리 안내를 한 뒤 손을 놓았기 때문입니다.

전략 게임에서 가장 재미있는 순간은 무엇을 할까 고민하는 순간입니다. 그런데 저희는 그 이전 단계, 무엇을 할 수 있는지조차 모르겠는 자리에 플레이어를 세워두고 있었습니다. 이번 주 작업은 대부분 여기서 출발했습니다.

참모가 생겼습니다

이제 매 턴 참모의 조언이 최대 세 장 뜹니다. 추상적인 훈수가 아니라 지금 판 위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문제입니다 — 국경의 저 성이 맞은편 적군보다 병력이 한참 모자란다는 것, 어느 지역의 사기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 비어 있는 저 땅을 지금 가져갈 수 있다는 것. 전부 실제 숫자와 함께 뜹니다. 그리고 각 조언에는 그 일에 가장 어울리는 장수와, 누르면 그대로 실행되는 버튼이 붙어 있습니다. 코에이 게임에서 배운 방식입니다. 내정이냐 훈련이냐를 추상적으로 물으면 어렵지만, 무력 92의 장수 이름을 내밀면 판단은 저절로 섭니다.

세 가지 모드가 있습니다. 기본값인 조언은 참모가 제안만 하고 결정은 플레이어가 합니다. 위임을 켜면 참모가 그 턴을 대신 둡니다 — 화면에 보이는 바로 그 세 가지를 순서대로 실행할 뿐, 숨겨진 정보도 특별한 권한도 없습니다. 그래서 한 판 지켜보는 것만으로 그대로 배워서 이어받을 수 있습니다. 끄기를 누르면 아무것도 뜨지 않습니다. 여기에 더해, 이 게임이 대체 무슨 게임인가에 답하는 안내 페이지도 새로 만들었습니다.

이길 수 없던 게임을 고쳤습니다

사람 대신 플레이해주는 자동 플레이어를 만들어 80판을 돌려봤더니, 65%가 승부가 나지 않은 채 끝났습니다. 원인은 동맹이었습니다. 한 번 맺은 동맹이 영원히 유지되는데, 승리하려면 32개 지역을 전부 차지해야 하고, 동맹국은 공격할 수 없습니다. 즉 동맹을 맺는 순간 그 판은 구조적으로 끝나 있었던 겁니다. 이제 동맹은 28턴, 약 7년짜리 기한부 조약입니다. 같은 80판을 다시 돌리니 무승부는 0%가 되고 승리는 18.8%에서 82.5%로 올랐습니다.

부끄러운 것 하나 더 있습니다. 전투 화면의 육각 격자 위에는 병력이 진형을 이루고 서 있어야 하는데, 애니메이션이 좌표를 덮어쓰는 바람에 모든 병력 말이 화면 왼쪽 위 구석에 겹쳐 찍히고 있었습니다. 그 화면이 존재하는 이유인 진형이 단 한 번도 보인 적이 없었습니다. 코드는 멀쩡해 보였기 때문에 어떤 테스트도 잡아내지 못했고, 결국 스크린샷을 눈으로 보고 나서야 찾았습니다. 지금은 고쳤고, 다시 깨지면 즉시 걸리도록 검사를 붙여뒀습니다. 정찰 비용도 200금에서 100금으로 내렸습니다 — 돈이 마르면 적의 병력을 오래된 추정치로만 보게 되고, 숫자를 믿지 못하는 플레이어는 결국 공격하지 않게 되더군요.

붓을 조금 더 들었습니다

지난 글에서 게임 전체를 다시 그리겠다고 했는데, 이번 주에도 계속했습니다. 개마무사·궁수·창병 세 병종이 그려진 그림을 갖게 됐고, 전투 격자 위의 말도 운영체제 이모지 대신 직접 그린 표식으로 바꿨습니다 — 눈을 뚫어 새긴 개마무사의 말머리, 끝까지 당긴 각궁, 장창과 원방패입니다. 살수대첩, 황산벌, 온달과 평강공주를 비롯한 열 편의 이야기에도 각각 그림이 붙어 이야기 도감을 새로 단장했습니다.

날씨도 들어왔습니다. 겨울 지도에는 눈이 내리고 가을에는 대기가 흐려집니다. 공성전에는 폭풍과 번개가 치고, 요새 지형에는 안개가 깔립니다. 바다는 칠한 색이 아니라 그린 바다가 됐고, 시간대에 따라 화면에 드는 빛도 달라집니다.

그리고 이름을 바로잡았습니다

게임이 곳곳에서 스스로를 삼국지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삼국지는 중국의 이야기이고, 이 게임은 고구려·백제·신라·가야의 이야기입니다.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틀린 이름이었기에 삼국시대로 바로잡았습니다(주소는 그대로 3gukji.com 입니다). 코에이의 『삼국지』를 가리키는 대목은 그 뜻이 맞으니 그대로 두었습니다. 한국어 모드에 남아 있던 영어도 훑어서 걷어냈습니다 — 첫 화면 로고가 Samgukji라고 적혀 있던 것까지 포함해서요. 그리고 영어 이름도 바꿨습니다. Samgukji는 결국 삼국지를 그대로 로마자로 옮긴 것이라, 같은 실수를 두 가지 문자로 반복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영어로도 이제 Samguksidae입니다.

마지막으로 사과드릴 것이 있습니다. 배경 음악이 기본으로 켜져 있었고, 브라우저가 자동 재생을 막으면 페이지 어디든 처음 누르는 순간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웹 게임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이제 음악은 기본 꺼짐이고, 직접 음악 버튼을 누를 때만 재생됩니다.

여전히 베타이고 아직 거친 곳이 많습니다. 지형과 계절, 시간대, 병종 상성이 실제 전투의 승패를 가르게 하는 규칙은 이미 만들어 검증까지 마쳤지만 아직 전투에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 다음 차례입니다. 한 판 해보시고 막히는 지점이나 이상한 부분이 있으면 앱 안의 도움말이나 hello@3gukji.com 으로 알려주세요. 전부 읽습니다. 이번엔 특히, 1턴을 넘기실 수 있었는지가 가장 궁금합니다.

삼국시대 · v0.2.0 · 2026-09-16